한국에 오면 시차적응이 되지 않아 초저녁 시간이 거의 죽음입니다. 보통 오후 5시를 넘으면 잠이 오기 시작해서 밤 10시를 넘기기가 힘듭니다. 그 대신 새벽 이른 시간부터 눈이 떠집니다. 밤 12시나 1시만 되면 눈이 떠집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나아지기는 하지만 여전히 일찍 일어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 시간을 이용해서 여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연고가 없어서 그런지 호남 지역은 잘 가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호남지역을 방문해 보기로 했습니다. 선운사가 있는 고창을 방문했다가 대나무로 유명한 담양에 들러서 제가 좋아하는 국수 – 그것도 대나무 잎을 넣어 만든 – 를 먹고서 녹차로 유명한 보성 녹차 밭으로 갔습니다. 그 다음에 “태백산맥”이라는 소설을 집필한 곳으로 유명한 벌교를 방문했습니다.
벌교는 뭐니뭐니 해도 꼬막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꼬막 백반을 저녁으로 먹고 근처 낙안이라는 곳에 있는 휴양림에서 하룻밤을 묵었습니다. 다음 날 새벽에 낙안 읍성이라는 곳을 방문했습니다. 그곳은 초가집과 싸리문처럼 전통적인 삶을 보존하며 사는 곳입니다. 낙안에서 순천으로 가는 길은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굽이굽이 굽은 길로 산을 넘고 강 상류 지역을 지나가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멀리서 보이는 산안개와 물안개가 아름다웠습니다. 그렇지만 막상 그 안개 안으로 들어가니 바로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아서 운전에 애를 먹었습니다. 초행길에 길이 굽은 데다가 안개 때문에 시야 확보가 어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해가 뜨고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습니다. 안개는 아무리 짙어도 해가 뜨면 없어집니다. 안개가 아무리 많아도 모으면 물 한 컵밖에는 안 된다고 합니다. 우리가 매일매일 달고 사는 걱정과 염려의 실체가 이렇지 않을까요? – 안광문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