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많이 사용하지 않지만, 제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많이 썼던 똑딱이 “모나미” 볼펜이 있었습니다. 볼펜에는 “모나미”라는 글자와 함께 “153”라는 숫자가 씌여 있었습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이 숫자는 요한복음 21장 11절에서 제자들이 잡은 물고기의 숫자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시자 이에 실망한 제자들이 고향인 갈릴리로 돌아와서 밤새도록 물고기를 잡았지만 날이 새도록 물고기 한 마리 잡을 수 없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고 하셨고, 제자들이 이 말씀에 순종하자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 모습은 흡사 예수님께서 처음으로 제자들을 찾아오셨을 때의 데자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똑같았습니다. 밤새도록 물고기를 잡았지만 날이 새도록 물고기 한 마리 잡을 수 없었던 것이나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했던 제자들이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던 것도 같았습니다. 심지어는 거기 있었던 제자들도 그때 그 제자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베드로를 비롯한 제자들의 마음이었습니다. 예수님을 처음 만났을 때 이들은 예수님을 통해 인생역전을 꿈꿨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제자들은 낙담과 좌절에서 소망으로 바뀌게 됐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배신했지만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내 양 떼를 먹여라.” (요 21:17)는 사명을 주셨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증인이 되어 복음을 전하는 삶을 꿈꾸게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 안광문 목사 –